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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December 11, 2017

[호주 워홀 일기] 회사 생활 1년차 적응기



연말이라고 엊그저께 20불이라는 거금을 주고 다이어리를 하나 장만했다. 내년엔 좀 스스로를 위한 글들을 기록 해야겠다는 마음에 다이어리를 사서 가게에서 나오는데 작년 이맘때 사놓고 나서 반도 안 채운 다이어리가 홀연 떠올랐다. 올해는 일기도 쓰고 블로그도 열심히 업데이트하자 하고 다짐을 했건만 마지막으로 포스팅했던 것이 4월말이었으니 반년이 훌쩍 넘도록 글 한쪽도 쓰지를 않은 것이다.

작년 이맘때가 몇 달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온통 눈길 닿는 곳 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만연하다. 회사에서는 이번주에 크리스마스 파티와 시크릿 산타 행사도 하고 한창 바쁘게 돌아가던 프로젝트들도 점점 휴면기(?)에 접어드는 것이 보인다.

올해는 커리어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생긴 한 해였다. 인턴으로 시작한 회사에서 Digital marketing coordinator로 그리고 지난 9월에는 Project Manager로 승진하여 지금은 여덟개의 프로젝트들을 관리하고 있다.

올해 회사 전략 방향도 Non profit 이라는 니치 마켓에 집중하도록 발전되어, 여러 비영리 기관들의 펀드레이징 & 캠페인 플랫폼, 웹사이트, 웹 앱 등을 기획하는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유기견 입양 플랫폼, 젊은 암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웹 앱, 캠페인 별 커스토마이징이 가능한 기부 플랫폼 등을 직접 기획하고 전체 프로젝트를 관리하면서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할 수 있는지를 실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도 뿌듯한 한 해 였다.

하지만 관리하는 프로젝트의 수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스트레스도 두배, 세배로 늘었는데, PM이라는 직업의 특수성 (최악의 시나리오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들) + 영어로 아이디어를 Selling하고 고객들을 기대치를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겹쳐 요즘 흰머리가 마구 늘고 있다.

특히 고객님 (고객님의 Stakeholders), 디자이너, 개발자 중간에 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찾으려고, 혹은 최소한 내가 Bottle neck이 되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고민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일을 하지만 일과 후 내 체크리스트들을 보면 항상 손가락 사이로 하염없이 빠져나가는 모래알갱이들을 바라보는 듯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길은 여전히 머나먼 듯 하다.

보통 5시~6시면 퇴근을 하는데, 한동안 퇴근한 후에 에너지가 쏙 빠져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에 쓰러져만 있었다. 매일 하던 요가도 못하고 맨날 회사에 갔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쓰러지고, 자기 전에 잠깐 더 일하고, 심지어 꿈에서도 일을 하고 있음.ㅎㅎㅎㅎ 그렇게 저질 체력 직장인의 악순환 일상이 어언 두 세달 정도 반복되니 몸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어제는 혼자 요가를 하는 중에, “내 자신을 보살피는 일을 정말 오랜만에 하고 있구나” 를  느끼게 되어 갑자기 뭔가 서글퍼 져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서 저번주부터는 아침에는 요가 + 5분 명상, 퇴근 길에는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내 한번 사는 인생 내 자신을 위해 신명나게 살아야하는데 한 동안 그걸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열심히 사는 것과 스스로를 고문하면서 사는 것은 확실히 다른 것인데 말이다. 업무 시간에는 온전히 정신을 집중해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음식 섭취, 긍정적인 생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마치 태교를 하듯이 나를 보살펴야지. 내년엔 좀 더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한마디로 야무지고 똑부러지게 살 수 있는 30살 어른이가 되야겠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