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27, 2017

[호주 워홀 일기] 2년간의 워킹 홀리데이가 끝났다!




딱 2년전 오늘 나는 발리-골드코스트 비행기에 탑승했다.

뭐가 되야지, 뭘 해야지라는 계획도 없이 딱 3일 밤 묵을 숙소와 발리에서 너덜너덜해진 서프보드 한 장 가지고 온 패기가 다 였다.

호주에 오래 있을 생각도 없었고, 질릴 때까지 있어보다가 여행을 떠나야지 생각했었는데, 처음의 무계획의 계획과는 달리 지금은 어떻게든 여기에 있어보려고 짱구를 굴리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한국에서 너무 열심히 살던 내 모습이 싫어서 도망치다시피 건너왔는데, 여기서는 더 열심히 살고 있다. 정말 생존을 위한 열심히 삶이다. 

골코에서 쓰리잡을 하면서도 돈이 모이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때도 있었고, 차, 집, 공짜 여행, 보너스 다 나오는 일을 하면서도 맘이 편치 않아 스트레스 받던 시절도 있었다. 바나나 농장에서 온갖 외국인 노동자의 설움을 겪으며 꼬질꼬질하게 지내던 시절과 그래도 주말이 되면 아무 걱정없이 시원한 맥주에 그 설움을 다 떨치던 시기도 있었다. 

지난 2년간 호스텔 청소부, 웨이트리스, 피자 가게 캐시어, 농부, 빌라봉, 노스페이스 직원, 포토그래퍼, 마케팅 에이전시 인턴 온갖 일을 다 거쳤고, 호주 전역은 거의 다 돌아본 듯 하다. 

사랑하는 파트너도 만났고, 온갖 백팩커 친구들, 그리고 지금은 12명의 하우스 메이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쌓아둔 돈도 직책도 없고 결혼이라던가 보장된 미래도 없지만 회오리 같던 지난 2년간 얻은 것은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나'에 대한 믿음 뿐이다. 

열심히 쌓아올린 레고 블럭을 일부러 부시고 쌓기를 반복하니 이제는 제로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지도 않고, 새롭게 시작하면서 또 그 길 위에 행복을 찾아가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길이 없는 곳에선 뭐든 내가 Claim 하고 깃발을 꽂으면 그만이다. 그냥 내 맘대로 엉망진창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정말로 잡초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3년 전 나는 주말을 기다리는 직장인이었다. 아이러니하게 지금도 나는 주말을 기다리는 직장인이다. 그렇다고 그때와 지금의 내가 바뀐 게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이제 나는 주말에 요가 사진을 찍는 요가 포토그래퍼가 되기로 결정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말에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자연으로 나가기로 했다.

어렸을적 되고 싶었던 '엄청 대단하고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지만, 행복하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는 찾은 것 같다. 그게 지난 2년간 여정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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